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정보를 ‘공짜로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글, 유튜브 영상, 뉴스레터, 요즘은 AI 답변까지도 무제한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시대다. 클릭 몇 번이면 전문가의 견해도, 실전 노하우도, 심지어 비즈니스 전략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접근성의 높음이 ‘정보는 원래 공짜다’라는 착각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착각은 지식의 질을 무너뜨리고, 콘텐츠 생산자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소비하는 정보 생태계 자체를 해치고 있다. 오늘은 왜 정보에 정당한 값을 매기지 않는 문화가 우리 모두에게 독이 되는지, 그리고 지식 시장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인식을 바꿔야 하는지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짜 정보’에 익숙해진 소비자, 질보다 양을 따지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 소비에 대해 특별히 돈을 지불한 경험이 없다. 검색하면 나오고, 유튜브는 광고만 보면 되고, 블로그나 뉴스레터는 구독만 하면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는 점차 정보의 ‘가치’보다 ‘양’과 ‘속도’에 민감해졌다. 콘텐츠의 깊이나 정밀성보다, 얼마나 빨리 찾을 수 있고, 얼마나 많은 자료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보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누군가가 오랜 시간 고심해서 만든 고퀄리티 콘텐츠도, 단순한 요약형 콘텐츠와 동일한 눈높이로 소비된다. 실제로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 정도 퀄리티의 글을 무료로 보는 게 말이 돼?”라는 자괴감을 겪는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점점 더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소비자들도 “이런 거 어디서 다 본 거야”라며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이 악순환은 결국 콘텐츠 전체 시장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시킨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공짜 정보’의 이면에는, 실제로는 수많은 고급 정보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에는 반드시 ‘생산 비용’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정보가 공짜로 소비된다는 사실에 익숙하지만, 그 정보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는 종종 무시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올린 ‘20대 창업 실패 사례 정리’ 같은 글도 사실은 수년간의 시행착오와 돈, 시간, 감정 소모가 축적된 결과물일 수 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클릭 한 번으로 보는 ‘무료 콘텐츠’로 인식되기 쉽다. 전문가의 인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말 한마디, 정리된 피피티 한 장, 결론만 요약된 리스트 하나조차도, 그것을 만들어내기까지는 다년간의 경험, 수많은 리서치, 실전 검증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보는 물리적 제품처럼 눈에 보이는 원자재가 없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사고 자산과 시간 자산이 응축되어 있다. 정보는 디지털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왜 이걸 돈 받고 팔지?”, “이 정도는 그냥 알려줘야지”라고 반응한다면, 이는 지식의 생산 비용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결국 양질의 정보 공급 자체를 멈추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우리는 이제 정보를 상품처럼 다루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만 상품처럼 대하고, 생산자는 희생하도록 방치된 상태라는 점이다.
지식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시장도, 소비자도 무너진다
지식은 소비되면서 자라난다. 누군가가 정성 들여 만든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고, 그 콘텐츠가 다시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도록 자극을 줄 때 정보 생태계는 선순환을 이룬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공짜 정보’에 익숙해지고, 돈을 낸 콘텐츠에조차 “이 정도 퀄리티면 좀 아쉬운데요” 같은 평가를 남길 때, 생산자는 당연히 의욕을 잃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정보를 재조합할 수 있는 시대에는 ‘정확한 정보’보다 ‘누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리고 이 ‘신뢰’는 한두 개의 콘텐츠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꾸준히,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온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면 그 신뢰의 형성도 무너진다. 결국 소비자는 신뢰할 콘텐츠를 잃고, 시장은 전문가를 잃으며, 콘텐츠 전반의 수준은 낮아진다. 콘텐츠 제작자는 떠나고, 남은 건 표절과 재탕뿐인 유사 정보들뿐이다. 이건 단지 콘텐츠 제작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가 ‘신뢰할 만한 정보’라는 기준을 상실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정보를 공짜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보를 구매한다는 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지식 시장을 유지하고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호하는 ‘투표 행위’와 같다. 지식을 가볍게 대하면 결국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