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강의를 듣다보면 교수님들께서 질문을 많이 하라고 하십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왜 ‘말 잘하는 사람’이 똑똑해 보이는가?
현대 사회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곧 능력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면접, 회의, 발표, 강연, 유튜브 등 말이 주 무대가 되는 환경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SNS 시대 이후 사람들은 말의 형식, 톤, 구성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보이고, 단어 선택이 세련된 사람은 지적 이미지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말 잘하는 사람에게 ‘똑똑하다’는 인상을 갖지만, 이것이 항상 사실은 아닙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정보를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말하거나, 듣기 좋은 언어로 포장할 수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입니다. 물론 필요한 능력이고, 사회적으로도 높게 평가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말이 '실제로 얼마나 깊이 있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냐'입니다. 생각의 깊이나 통찰 없이 그저 외운 말을 잘 전달하거나, 유행하는 표현을 흉내 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빠른 판단이나 반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생각 없이 말하기'가 더 부각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 중 한 사람이 매우 유창하게 발표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똑똑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사실 기존의 자료를 정리한 수준이라면, 진짜 ‘문제 해결력’이나 ‘창의성’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말수가 적고 발표는 서툴지만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사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똑똑한 것은 아니며, 우리가 그것을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말의 '기술'에 쉽게 속기 때문입니다. 똑똑해 보이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가입니다. 질문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 사람의 사고 구조를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입니다. 말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질문은 생각을 시작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질문하는 사람이 진짜 똑똑한 이유입니다.
질문하는 능력이 진짜 지적 능력인 이유
질문은 단순히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고를 열고, 탐구를 시작하게 하는 지적 도구입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보았을 때 “왜 저렇게 됐지?”, “다른 방식은 없을까?”, “이게 최선일까?” 같은 질문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미 사고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질문 없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것은 수동적인 지식 수용일 뿐 사고의 발전은 없습니다.
질문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의 연결 방식을 결정합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어떤 사람은 “그래서?”라고 질문하면서 새로운 시야를 열고, 어떤 사람은 “맞네”라고 끝내면서 생각을 멈춥니다. 이런 차이는 결과적으로 큰 사고력의 차이를 만듭니다. 특히 현대 사회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얼마나 아는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질문은 수많은 정보 중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지적 취향이기도 합니다.
또한 질문은 비판적 사고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뉴스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해석하지?”, “다른 시각은 없을까?”, “저 말의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지식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사고자입니다. 이런 질문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더 깊은 통찰을 얻고, 결국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만들어냅니다.
뿐만 아니라, 질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더 신뢰를 느끼는데, 그 신뢰는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정확한 질문을 통해 자신의 말을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생깁니다. 즉, 질문은 공감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상대의 말 속에서 핵심을 포착하고, 그것에 대해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듣는 능력, 이해력, 감정지능까지 고루 갖춘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지적인 존재로 평가받게 됩니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3가지 훈련법
질문은 타고나는 능력이라기보다, 훈련을 통해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입니다. 실제로 뛰어난 학자나 작가, 기획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질문력'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할 수 있을까요?
첫째, 질문 노트를 만들어라.
일상 속에서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그냥 넘기지 말고 메모해두는 습관을 들이세요.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뉴스 기사를 보다 떠오르는 질문을 기록하는 겁니다. 이 질문 노트는 단순한 메모장이 아니라, 자신만의 사고 성장 기록이 됩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때 무엇에 관심이 있었고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었는지를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질문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적 방향성을 갖게 됩니다.
둘째, 질문을 확장하라.
좋은 질문 하나는 수많은 질문을 파생시킵니다. 이를 활용해 '질문 사슬 만들기' 훈련을 해보세요. 예를 들어, “왜 사람들은 SNS에 집착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면 → “SNS는 어떤 심리를 자극하는가?” → “그 심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 “현대 사회는 왜 외로움을 키우는가?” 등으로 확장해 나가는 겁니다. 이 과정은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복합적인 연결력을 기르게 도와줍니다. 특히 글쓰기나 기획, 토론 같은 창의적 활동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셋째, 질문을 실천으로 옮겨라.
질문은 이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때 진짜 힘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왜 나는 아침마다 피곤할까?”라는 질문을 했다면, 실제로 일상에서 수면 습관을 바꾸거나, 아침 루틴을 실험해보는 등의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이런 실천이 쌓이면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자기 삶을 바꾸는 도구가 됩니다. 똑똑한 사람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물은 질문에 대해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입니다.